브루잉 커피를 추출하기 전, 원두에 일정량의 물을 붓고, 일정 시간 동안 기다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행위를 통해 커피의 상태를 체크하기도 하고, 추출 방향을 가늠하여 더욱 이상적인 추출을 하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를 뜸들이기, 사전적심(Prwetting), 블루밍(Blooming), 프리인퓨전(Preinfusion) 등 다양한 용어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흔히 핸드드립, 푸어오버, 브루잉이라고 하는 여과식 추출에 맞춰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침지식 추출에서 하는 사전적심은 논란의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어는 뜸 들이기입니다. 뜸들이기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일이나 계획을 잘 이루어지도록 일정한 상태에서 충분히 무르익게 하다'라는 의미로, 첫 문단에서 말한 의미를 잘 내포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주로 블루밍(Bloom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커피 베드에서 가스가 방출되며 부풀어 오르는 모양이 꽃이 피는 모양 같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라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완전 디개싱이 된 커피를 사용해 추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조금은 적절하지 않은 용어이지 않나 싶습니다.
프리인퓨전(Preinfusion)는 머신을 활용한 에스프레소 추출 시 많이 사용되는 용어이기에, 마찬가지로 조금은 적절하지 않은 용어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뜸들이기와 사전적심 용어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사전적심은 본 추출을 시작하기 전, 커피 베드에 일정량의 물을 부어준 뒤 일정 시간을 기다리는 행위입니다.
사전적심을 할 때 사용하는 물의 양은 보통 분쇄된 원두고 2ml 정도의 물을 흡수한다는 가정을 하고 원두 양의 2배 내지 3배 정도 되는 물을 사용합니다.
뜸들이기는 왜 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추출을 잘하기 위해서입니다. 결국 맛있고 균등하게 추출한다는 의미입니다. 뜸들이기를 통해 볼 수 있는 효과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가스 방출입니다.
로스팅을 하고 나서 원두는 가스 성분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대부분의 구성이 이산화탄소입니다. 그리고 이는 뜨거운 물이 닿게 되면 대부분 기화가 됩니다. 이 가스 성분은 균등하고 맛있는 추출에 방해가 되기에 뜸들이기 단계를 통해 미리 배출시켜서 추출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편류 현상을 방지합니다.
액체가 고체를 만났을 때 가장 기본 원리는 저항이 적은 곳으로 흐른다입니다. 삼투압 현상이라고도 하죠.
물에 적셔진 분쇄된 원두는 적셔지지 않은 곳에 비해 당연히 저항이 작아집니다. 따라서, 뜸 들이기를 통해 전체 분쇄원두가 고르게 적셔진다면, 전체적으로 균등한 추출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특정 부분만 적셔진다면, 적셔진 쪽으로만 물이 흐르는 편류 현상이 생깁니다. 이는 다양한 추출 변수를 만들어 내며, 과소추출/과다추출이 모두 발생해 추출된 커피의 맛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뜸들이기 단계에서 전체 분쇄 원두에 물이 고르게 적셔진다면, 본 추출 시 고른 추출을 하기에 유리해집니다.
세 번째는 내부 추출에 도움이 됩니다.
물이 커피에 닿게 되면, 표면 추출과 내부 추출이 발생합니다. 표면 추출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지만, 내부 추출은 많은 단계를 거쳐서 여과 작용이 일어나야 이뤄지기 때문에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뜸 들이기 단계에서 미리 뜨거운 물을 주입해 내부를 포화시켜서 본 추출에서 조금 더 효과적으로 내부 추출을 할 수 있습니다.
목욕탕에서 때를 밀기 전, 온탕과 사우나에서 몸을 불리는 원리와 비슷하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위 목적을 이루기 위해 효과적으로 사전 적심을 하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첫 번째는 분쇄 원두가 물을 흡수하는 양을 고려하여 2~3배 정도의 물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사용하는 원두에 대비하여 너무 적은 양의 물을 붓는다면, 원두가 고르게 적셔지지 않을 수 있고, 너무 많은 양의 물을 붓는다면 뜸 들이기 단계에서 과소 추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여러 방법을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사전 적심을 하는 것입니다.
사전 적심을 하기 전, 드리퍼의 모양이나 형태에 맞게끔 커피 베드 중심을 오목하게 파놓는 방법이나 물을 붓고 난 후 스푼이나 스틱을 사용해 고르게 섞어주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흔히 교반이라고 하는데 이는 원두 미분과 관련된 추출변수나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지만, 앞서 말했던 가스 배출과 전체 원두를 고르게 적시는 목적만을 생각한다면, 꽤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렇다 보니 교반시 너무 과하게 젓게 되면 의도치 않은 추출이 발생할 수 있기에, 둥근 원을 그리듯 휘젓기보다는 동-서-남-북 과 같이 규칙성을 가지고 섞어주는 방법이 좋습니다.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 반드시 원두 대비 2.5배 물을 사용하고, 적극적인 사전적심을 해야 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커피에 답이 있는 건 아니니까요. 원두의 특징이나 배전도, 향미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사전 적심을 할 때 물 양을 1배수로 사용할수도 있고, 사전적심을 하지 않던지, 적극적으로 뜸 들이기를 한다던지, 소극적인 뜸들이기를 해야 합니다.
커피를 추출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맛과 재현성입니다.
정리하자면 일반적으로 2~3배의 물을 사용해, 규칙성을 가지고, 적극적인 사전적심을 하고 커피 추출을 했을때 누구든지 꽤 괜찮은 향미의 커피를 재현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공부와 반복적인 추출 연습을 통해 숙달이 되어서 적은 양의 물로 커피베드 내부를 충분히 포화시켜 내부 추출을 일으킬 수 있거나, 내부 포화가 되지 않은 채 본 추출을 했을 때 더욱 맛있는 커피가 추출이 된다면, 소극적으로 뜸들이거나 사전적심을 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합당할 것입니다.
사전적심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가 많은 요즘이지만, 숙련되지 않은 커피 애호가가 추출할 때 사전 적심을 하는 것은 분명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기 위한 긍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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