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맛 표현
커피를 마실 때 꼭 맛을 표현해야 하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커피를 마시고 맛이 있다, 없다, 내 취향이다, 내 취향이 아니다 정도만의 표현과 판단만으로도 커피를 즐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커피를 마시며 본인의 기호를 세세하게 파악하고, 그 기호에 따른 커피에 대한 주관을 세우고, 그 맛을 구체적으로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커피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즐길 수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를 위해서는 커피맛을 보고 단순한 평가에 그치는 게 아닌, 그 맛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표현해보고 평가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
커피 향미를 결정하는 요인
커피 향미를 결정하는 요인을 한두 가지 짚어서 얘기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커피 콩이 심어지는 순간부터 한잔의 커피가 내 손에 쥐어질 때까지에는 수많은 과정들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들 속에서 여러 변수들이 있고, 그 변수들 하나하나를 모두 짚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중요하고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인정되는 요소들이 있다. 그 몇 가지 요인들 정도만 얘기해보려고 한다. 떼루아(산지 환경(토양의 질, 고도, 날씨, 일교차 등), 품종, 수확 및 가공, 로스팅, 원두의 신선도 정도이다.
1. 떼루아
와인 업종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인데, 커피 또한 와인처럼 플레이버를 느끼는 음료이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이 될 수 있다. 산지의 환경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며 구체적으로는 토양의 질, 커피가 심어진 고도, 날씨, 일교차 등 산지의 여러 가지 환경요소들을 말한다. 이는 커피 맛의 다양성에 분명 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작물은 생장 과정에서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커피 또한 작물이다. 자라온 환경이 맛과 품질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며 이는 커피 향미를 결정하는 큰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2. 품종
우등한 품종과 열등한 품종처럼 수직으로 나눈다기보다는 다른 품종이라는 수평으로 보는 관점을 얘기한다. 하지만 바리스타 업계에서는 분명히 인정받는 품종이 있고, 이는 바리스타의 취향에 따르는 것이 아닌 고객의 선호에 따른다. 결국 수요가 있는 쪽으로 공급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분명 로부스타보다는 아라비카를 선호한다. 아라비카 종 중에서도 티피카, 버번, 카투라, 카투아이, 마라고지페 등 다양한 품종들이 있다. 이 품종은 분명히 커피 향미의 스펙트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3. 수확 및 가공방식
수확 시에도 커피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있다. 얘기가 길어지지 않고 좀 더 접근하기 쉬운 쪽은 가공방식이다. 지금에만 하더라도 내추럴, 워시드, 세미 워시드, 더블 워시드, 허니 프로세스, 무산소 등 다양한 가공 방식에 따른 맛 차이를 현저히 느낄 수 있다. 현재에도 이 외에 다양한 가공 방식은 계속 연구되고 시도되고 있다. 당연히 이런 가공 방식은 커피 향미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이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가공방식에 따른 맛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 로스팅
위에 설명한 떼루아, 품종, 수확 및 가공방식은 로스터, 바리스타들이 조율하거나 컨트롤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커피 농장에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즉 국내의 로스터와 바리스타가 처음 커피에 관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은 가공까지 끝난 생두를 선택하는 것과 로스팅이다. 신선하고 품질이 아주 좋은 고기가 있더라도 누구나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덜 익힐 수도 있고 누군가는 더 익혀버려 맛을 해칠 수도 있다. 커피 또한 마찬가지로, 생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로스팅을 하는 게 좋은 커피맛을 낼 수 있는 요소이다. 이 말은 로스팅 또한 커피 맛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5. 원두의 신선도
원두의 신선도는 다른 작물과는 다르게 로스팅이 끝난 바로 직후라고 할 수는 없다. 로스팅 후 어느 정도의 아로마, 이산화탄소 배출이 된 후(디개싱)가 맛의 균형이 잘 잡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주제에서는 단순히 디개싱이 끝난 원두를 신선한 원두로 칭하는 게 아닌, 디개싱이 끝난 원두를 분쇄 직후 추출까지 이루어진 커피를 원두의 신선도라고 말한다. 최상의 상태를 가지고 있는 원두를 그라인딩하고 바로 추출하는 게 아닌, 하루 이틀 뒤에 추출하는 것은 신선하다고 할 수도 없고 맛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즉 원두의 신선도는 로스팅 후 디개싱 과정이 끝난 최상의 상태의 원두를 분쇄 직후 추출까지 이루어진 경우를 말한다.
이처럼 커피맛 표현이 필요한지, 그 맛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았다. 각각의 요인들을 더욱 디테일하게 파고들 수도, 다른 요인들을 더 찾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글을 보며 이것도 분명 중요한 요인인데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 하나하나 모두 짚을 수는 없기에, 필자가 생각하는 요인들 중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를 가진 요인,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요인(그래서 추출은 제외했다)과 필수 공정 정도들로만 다루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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