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성장과 블렌딩의 등장
커피 업계와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스페셜티 커피라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싱글 오리진(하나의 나라 혹은 하나의 농장에서 수확된 커피를 일컫는 말(Single Origin))이 좋은 커피라는 인식이 생기며 주목을 받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카페에서 나라, 농장, 품종이 모두 적혀있는 커피는 쉽게 볼 수 없었지만 요즘은 다르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싱글 오리진 커피는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다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싱글 오리진 커피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커피가 굉장히 단조롭게 느껴지고, 맛의 스펙트럼이 넓은 싱글 오리진 커피를 사용한다면 단가가 굉장히 높아진다. 즉, 큰 스펙트럼을 가진 생두는 극소량으로 작농되고 고가에 수출되는 이른바 스페셜티(Specialty) 등급이 부여된다. 넓은 맛의 스펙트럼, 개성, 완성도를 지닌 만큼 소량의 생두를 생산하는 데에 밀도 높은 노동력과 그에 따른 인건비로 인해 가성비를 챙기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이에 커피업계는 소비자의 만족과 수익의 반비례를 해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야 했다. 이에 블렌딩이 등장했다.
블렌딩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블렌딩에 있어서는 몇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많은 경험과 노하우, 커피를 보는 시각이 중요하고 숙련된 로스터는 각각 그만의 방식으로 블렌딩을 행하고 있다. 초급 로스터가 블렌딩을 시작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들을 정리해본다.
1. 커피 구분
각각의 생두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수확되고 가공된다. 같은 집에서 같은 교육 아래 자란 형제자매가 다르게 자라듯 커피 또한 같은 농장에서 수확된 생두라 할지라도 미세한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같은 농장에서 수확된 생두라도 이렇게 다른데, 대륙이나 나라가 다른 곳에서 수확된 생두는 얼마나 다르랴. 브라질 커피는 밀도가 낮고, 콜롬비아 커피는 알이 단단하고 수분 함량이 많다. 에티오피아 커피는 밀도가 높고 알이 작은 특성을 지닌다. 이토록 통일이 되어 있지 않은 생두를 한 번에 볶는다면 어떤 원두에 포커스를 두고 로스팅을 해야 할까? 어떤 원두에 포커스를 두더라도 분명 전체적인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선 블렌딩을 하여 같은 배전도로 로스팅을 하는 개념과 각각 다른 배전도로 로스팅을 한 후 블렌딩을 하는 후 블렌딩의 개념이 나눠지기도 한다. 블렌딩을 하기 전 먼저 각각 커피의 특성을 구분을 해야 한다.
2. 비율
커피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에 있어서 비율은 굉장히 중요하다. 밥을 지을 때도 밥과 물의 비율이 중요하고, 각각의 재료들을 섞어야 하는 비빔밥을 만들 때도 재료들과 고추장, 밥의 비율이 중요하듯 여러 원두를 조합해야 하는 블렌딩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블렌딩 비율은 어떻게 맞추는 게 좋을까? 사실 정답은 없다. 먹어보고 느껴보는 작업이 가장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반의 비율로 블렌딩을 해보는 것이 가장 좋다. 원두가 2종이라면 5:5 원두가 3종이라면 3:3:3 원두가 4종이라면 2.5:2.5:2.5:2.5. 항상 같은 비율로 대입하고 관능평가를 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지배되는 맛과 죽는 맛을 확실히 느껴볼 수 있다. 같은 비율로 들어간 커피지만 분명 강조되는 느낌의 차이는 확연하게 다가올 것이다.
3. 특성 파악과 테이스팅
블렌딩은 재각기 다른 사람들을 모아 놓은 대학교 조별 과제와 비슷하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개개인은 모두 재각기 다른 성격, 가치관, 특생,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량이 뛰어나지만 성격이 정 반대인 사람들끼리 조별과제를 한다면? 역량이 뛰어나고 성격이 활발한 사람과 역량이 떨어지고 성격이 내성적인 사람이 조별과제를 한다면? 여러 경우의 수를 모두 대입해서 생각해봐도 각각 다른 시너지와 리스크를 가지게 될 것이다. 커피도 마찬가지이다. 개성이 강한 커피가 개성이 없는 커피를 지배할 수도 있고, 개성이 강한 커피와 개성이 강한 커피가 만나 오히려 각각의 개성이 죽어버릴 수도 있다. 개성이 없는 커피와 개성이 없는 커피가 만났지만 특색 있는 블렌딩이 될 수도 있다. 블렌딩에 있어서는 1+1이 0이 될 수도, 2가 될수도, 10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즉 9:1~1:9까지 다양한 비율로 블렌딩을 실험해보고 테이스팅을 해봐야 한다. 그것이 훌륭한 블렌딩을 하기 위한 기본 전제이다.
4. 주연과 조연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어디서나 주연과 조연은 존재한다. 물론 작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조연은 주연을 더욱 빛나게 하고 주연의 스토리 진행을 돕기 위한 역할로 등장한다. 조연은 당연히 주연이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 또한 마찬가지이다. 마치 감독처럼 어떤 커피를 주연으로 삼을지, 어떤 커피를 조연으로 삼을지 예상을 하고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질이 좋은 커피와 질이 낮은 커피, 맛있는 커피와 맛없는 커피, 이 같은 개별적인 특성을 떠나서 각각의 커피의 역할과 용도, 활용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각의 싱글 오리진 커피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고 많은 커핑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순히 커핑과 Q/C로 끝나는 것이 아닌, 주연과 조연을 선택하고 그 근거가 명확해야 하며 블렌딩을 했을 때 맛을 예상할 수 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예상을 하더라도 실제로 블렌딩을 하면 생각지도 못한 맛이 나온다. 블렌딩은 그만한 경험과 숙련이 필요한 과정이다. 많은 실험과 경험만이 예상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다.
이처럼 블렌딩은 많은 변수를 가지고 있고 이 외에도 중요한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정리해보도록 한다.
'커피, 바리스타 이야기 > 커피와 바리스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페셜티 커피와 추출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 (0) | 2022.05.30 |
---|---|
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오해와 진실(맛, 건강, 성분) (0) | 2022.05.27 |
미각과 커피 맛의 상관 관계 : 맛의 5원미 (0) | 2022.05.25 |
커핑 프로토콜과 커핑폼 작성 방법 (0) | 2022.05.24 |
커피 로스팅 머신(로스터기) 청소 방법과 중요성 (0) | 2022.05.23 |
댓글